전객령공계 대종회/자유게시판

단풍 앞에 서면

임홍규 2019. 11. 12. 03:34




단풍 앞에 서면

 

절절한 것 같아서

절절한 절규 같아서

바람처럼 떨린다.

 

엄마 같아서

엄마 속내 다 꺼내놓은 것만 같아서

눈물처럼 흔들린다.

 

인생 같아서

대장정을 펼쳐놓은 인생 같아서

숨처럼 멎는다.

 

나 같아서

나처럼 약해진 것 같아서

상처처럼 아프다.

 

꽃보다 고와서

꽃보다 그윽하고 아름다워서

벌침처럼 따갑다.

 

햇살보다 화사해서

노을빛보다 장엄하고 붉어서

산불처럼 탄다.

 

불꽃보다 화려해서

불꽃보다 빛나서

얼음처럼 언다.

 

내게 주는 선물 같아서

날 위한 공연 같아서

사랑처럼 행복하다.

 

단풍 앞에 서면

표현할 수 없어서

다 표현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

 

단풍 앞에 서면

사랑 앞에 선 듯

인생 앞에 선 듯

떨린다.

숙연해진다.

 

 

- 김옥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