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제일의 길, 문경새재를 걷다
요새 한참 걷기가 뜨고 있다. 건강을 다지는 데는 걷는 것이 제일이라는 것에 사람들은 동의를 했고 시간을 내서 부지런히 집을 나선다. 요새 말로 트레킹의 시작이다. 아무 곳이나 걷는 일 자체는 즐거운 일이지만 그래도 줄거리가 있고, 즐길 거리가 있고, 좀 더 아름다운 곳이라면 금상첨화겠다. 숲과 계곡, 강가나 호수,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라면 더 말해 무엇하리요.
지금, 지방마다 걷기 길 만드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자고 나면 어디어디가 좋다고 뜨고, 걷고 나면 인터넷이 바글바글하다. 그 많은 곳 중, 좋은 길 하나만 내 세우라 한다면 나는 단연 문경새재를 추천하고 싶다. 자연과 역사를 하나로 묶을 수 있어서이다. 우선 이 고개가 안고 있는 역사성과 시대성도 뛰어나지만, 여기저기 숨어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다양한 볼거리와 아름다운 숲,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보드라운 흙길이 있어 걷고 싶은 아름다운 길 100선에 먼저 들어간 까닭이다.
새재라 함은 험준한 조령산과 주흘산의 사이길이라거나, 새로 난 길이라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하지만 새가 울고 넘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에 닿는다. 이름이 조령(鳥嶺)이기 때문이다. 문경새재, 분명 가슴 아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신립장군은 험준한 이곳을 버리고 만주 벌판에서나 써 먹던 기마전술로 적을 물리치려 탄금대로 진을 옮긴 것이 화근이었다.
왜군들이 이 골짜기로 몰려들어와서 조령산과 주흘산의 험악한 산세를 보고 이 과연 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두려워했었다는데, 마침 새 한마리가 고개를 넘어 가는 것을 보고 따라 넘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있는 조선의 명장 신립 장군의 기마병을 꺾고 마침내 한양으로 질주를 했으니 나는 이 조령을 넘으며 그 새 한 마리를 원망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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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서부터 노란 은행나무 가로수가 마음까지 밝게 물들여 주었다. 문경이 지정한 나무인지 유난히도 은행나무가 많다. 오늘이 걷기 축제일이라 사람들로 붐볐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떠밀려 갈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렇게 저마다의 방법으로 집을 나서고 또 걷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100대 명품 길 첫 자리에 앉을 만 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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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공사를 하느라 가림막이 쳐진 주흘문을 뒤로 하고 숲길로 들어섰다. 계절은 한창 가을의 중심이어서 나무들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내 생애 이렇게 진하고 곱게 물든 단풍은 처음인 것 같다. 얼마나 붉은 색에 현혹되었으면 다른 어떤 것도 감히 비집고 들어오지 못했다. 15년 전에 걸었던 기억을 되살려 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크게 자란 나무들과 잘 다져진 길과 맨발로도 걸을 수 있는 보드라운 흙길이 약간은 거칠고 소박했던 과거의 기억을 단절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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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지난 시절(조선시대) 과거시험을 치르려 이 고개를 넘었던 선비들을 생각해 본다. 모두다 자신의 영달과 가문의 영광을 위해 합격에 명운을 걸고 넘었겠지만, 낙방한 선비들의 우울한 하향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 고개를 넘으며 들었던 새 소리는 낙방한 선비가 마음속으로 울었던 그 소리가 아니었을까. 과거 길은 가끔씩 큰 길을 벗어나 오솔길이 되어 숲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그런 옛 과거 길을 따라 옛 자취를 살피며 걸었다.
| 드라마 세트장이다. |
약간 가파른 길을 타고 오르니 마지막 3문인 조령문이 멀리 보였다. 입구의 주흘문, 제 2문인 조곡문, 그리고 마지막 고개 정상의 조령문까지 조령산과 주흘산의 험난한 계곡을 가로질러 성벽을 쌓았지만 한 번도 방어기능을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채 할일 없이 역사 드라마 촬영장으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 것이 지금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아픈 역사이다.
팁: 주흘문에서 정상 조령문까지는 6.5km, 여기에다 왕복을 한다면 13km, 편도로 걷는 다 해도 주차장에서 입구까지가 2~3km를 더 걸어야 하니 만만치 않는 거리다. 편도로 고개를 넘어 고사리주차장으로 내려간다면 2km를 더 내려가야 해서 무려 12km 이상 걸어야 한다. 차량이 반대편으로 이동할 수만 있다면 고사리주차장에서 시작해서 내리막길을 타는 것이 좋겠다.
2019. 11. 6. 순천인 정 홍 택
저의 홈피 발 길 (jejumail.scman.kr)에 들어가면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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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단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주흘문까지 노랑 은행나무가 줄지어 반겨 맞는다.
주흘문은 공사중이라 건너 뛰고 조곡 문으로 향했다.
조곡교 옆 새로 만든 계곡 아치 다리
길은 반드러운 마사토여서 맨발로 걷는 이들이 많았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에서 가을 정취에 젖는다.
문경새재 아리랑비
옛 귀틀집을 복원해 두었다.
어찌나 단풍이 고왔던지 내내 마음이 환하게 젖어들었다.
맨발로 걷다가 시원한 계곡물 가에 앉아서 족욕을 할 수 있다.
조령 원터 ~ 조령을 넘기 전에 해가 지면 이곳에서 숙식을 했던 곳이다.
옛 주막집 ~ 15년 전에만 해도 막걸리를 팔았는데 지금은 문을 닫았다.
문경새재는 가을의 중심에 서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젊음은 사랑이 있어 행복하다.
손도 씻고, 세수고 하고~!
마지막 조령문 아래 등산객을 위한 쉼터 ~ 먹거리도 있다.
마지막 관문인 조령문
조령문에서 1.5km 정도 내려가면 조령산자연휴양림이 있다.
고사리주차장은 조금 더 내려가야 한다.
15년 전에 걸었던 새재길
2000년에 걸었던 조령산 - 험난한 바위 벼랑을 타고 넘어야 했다.
2009년에 걸었던 주흘산 ~ 문경새재를 가운데 두고 험상한 두 골산이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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