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찾아가는 아영 흥부길
고전 흥부전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선악의 개념에서 선이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나, 생명 존중 사상이 삶의 원형이라거나, 가족과 형제의 우애가 앞서야 한다는 유교적인 예의 존중 사상이 깔려 있지만, 악의 대변자인 놀부를 증오하지 않고 해학적으로 풀어낼 줄 아는 낙천적인 우리 민족의 고유 정서가 배어 있는 대표적인 고전이다.
구전 민담이나 고전 소설은 그저 전해내려 오는 이야기일 뿐인데도 별나게 꾸미기를 좋아한 백성들이다 보니 여기 아영에서도 기어이 흥부를 끌어들여 흥부마을을 만들어 놓았다. 고전 소설의 대표 주자인 춘향전은 이미 남원에서 특허를 얻은 지 오래되었고, 장성의 홍길동이나 곡성의 심청이까지는 몰라도 경남 사천 비토섬에서는 별주부전까지 자기 것이라고 단단하게 표지석을 세워 두고 있다. 언젠가는 장화홍련 마을도, 콩쥐팥쥐 고장도 생길 줄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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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많지, 먹을 것은 없지, 가진 것 없고 가난하여 서럽기 그지없는 흥부의 고단한 삶을 닮아서인지는 이 길 또한 그러하다. 풍광도 아름답지 않고 볼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한 농촌길이다. 그러나 여기에 터를 하여 삶을 이어오고 있는 마을들을 이어 붙여 곳곳에 흥부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그럴싸한 이야기들을 구성하여 여기가 이야기 중 그곳이라면서 세워 놓은 글을 읽어가며 따라 걷는 재미가 좋다.
한편으로는 가난하던 어린 시절 고향 생각이 나는 길이다.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농로와 언덕배기와 저수지 길과 산비탈과 논두렁 밭두렁을 돌아가는 길은 지난 시절 팍팍했던 우리들의 삶을 투영해주고 있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했던 우리네 삶과 그러면서도 어디에선가 배어나올 것 같은 우리 서민들의 정서가 묻어나는 그런 길이다. 지금도 해질녘이면 할머니는 마을 입구에서 손주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할아버지는 허리춤에서 담뱃대를 꺼내 물고 정자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이 연상되는 길이다.
흥부 생가라고 이렇게 번듯하게 복원해 두었다. | 실체는 없어도 묫자리만은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
쌀을 얻으러 갔다가 놀부 아내에게 주걱으로 뺨을 얻어맞고 볼에 붙은 밥알을 떼어먹으며 걸었다는 안내판 앞에 서면 어린 시절 국어책에 나온 흥부놀부전이 생각나기도 했다. 그 시절 놀부는 악의 대명사요 흥부는 선의 본이라고 배웠었다. 모르겠다.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통하려는지, 만약에 젊은이들이 이 길을 걷는다면 이 시대의 관점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받아드릴 수 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이 길의 클라이맥스이자 압권인 하성마을에 도착한다. 낮은 산을 뒤에 지고 (산줄기를 따라 쭉 올라가면 철쭉으로 유명한 봉화산이다) 따뜻한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살만한 터라 여겨졌다. 흥부 생가도 복원해 두었고(참으로 가관이다. 복원해놓은 집이 사각 기둥에 번듯한 삼간 접 집이다. 이정도면 흥부도 꽤나 잘 살았나 보다. 에이~, 이야기를 만들려면 좀 상황설정이나 잘 하셔야지~) 뒷산에는 흥부 묘가 있고 매년 마을에서 제를 올리는 망제단도 있다. 그리고 그 유명한 화초장바위도 이 부근에 있다.
하성리 입구에는 흥부골 우애관이 번듯하게 지어져 있다. 전시관인 줄 알고 들어섰더니 학생들의 우애 체험관이란다. 이야기를 풀어내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애관이 바로보이는 길가에는 흥부내외가 박을 타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한 채 퇴색하고 벗겨진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 ![]() |
산자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아름다운 아영면 넓은 들을 바라보며 걷는다. 고지대라 벌써 논에 벼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들이 넓어 살만한 고장이다. 고랭지 포도가 유명하여 온 들에 비닐하우스가 하얗다. 아영과 인근 인월, 운봉은 해발 400~500m의 고지대여서 포도 생산지로서 적격이란다. 그래서 9월인데도 늦 포도가 한창 출하되고 있었다. 하도 달아서 맛 본 김에 몇 상자 차에 싣고 왔다. 상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흥부골 포도’
팁: 아영면사무소에서 출발해서 원점 회귀한다. 약 10km에 3시간 정도 걸린다. 길목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옛 이야기를 읽으며 그 시대를 회상하며 걸으면 좋겠다.
2019. 9. 8. 순천인 정 홍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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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면사무소 - 이 곳에서 출발하고 이곳으로 되돌아온다.
고지대라서 벼가 다른 지방보다 조금 일찍 익는다.
흥부가 뺨에 묻은 밥알을 떼어먹고 집에 가서 마누라에게 차마 그 말은 못하고
쌀 다섯말과 돈 오십량을 얻어 오다 이곳 강정 모퉁이에서 도둑들에기 빼앗겼다는 곳이다.
이야기는 가는 길목마다 구성지게 펼져진다.
옛 통영가던 큰 길이었고 주막거리가 있었다는 데 이제는 저수지가 되어 있다. (일대 저수지)
흥부마을이 지정된 것은 오래 전이나 보다.
힘겹게 살았던 지난 시절의 집들이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다.
하성마을 입구의 흥부 우애관, 학생들의 우애 체험관이다.
우애관 뒷편에서 바라보면 건너 쪽에 흥부마을 하성리가 보인다.
어느 곳이나 이렇게 부드럽고 한가한 시골마을 길이다.
고지대인 이곳은 지금 포도 주산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사과 농장도 많이 있다.
잠깜! 흥부 이야기는 여기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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