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게살기운동』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박평선(성균관청년유도회중앙회 학술위원장)
지금으로부터 2500여 년 전에 동양에서는 이익을 다투고, 사람 죽이기를 파리 목숨 빼앗듯 하고,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능멸하는 등 인성이 피폐해지고 윤리와 도덕이 무너져 갔던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한 사회를 보면서 “답게살기운동”을 펼쳤던 분이 계셨으니, 그 분이 바로 동방의 성인이신 공자이시다.
공자는 당시의 학문이 타락하고, 풍속이 문란해져 가는 것을 걱정해서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고민하였고, 마침내 지금으로부터 4~5천 년 전에 요임금과 순임금으로부터 우임금, 탕임금, 문왕, 무왕, 주공에 이르기까지 2천년이상 전개해왔던 성인들의 “답게 살기운동”을 체계화하여 유교라는 학문세계를 집대성했다.
그래서 공자는 자로라는 제자가 “선생님께서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으로써 정치를 하시겠습니까?” 하고 물었을 때, “정명(正名)으로 하겠다.”고 말씀하셨고, 다시 제경공이라는 왕이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도 역시 “군군신신(君君臣臣) 부부자자(父父子子)”라고 하여 정명(正名)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다.
공자의 정명사상이 바로 그 당시의 “답게 살기운동”이었던 것이다. 인류는 시대마다 성현들이 출현해서 답게 살기운동을 펼쳤다. 아마도 우리가 말하는 4대 성인이라는 분들이 모두 그러한 분들이라 생각한다. 사회가 혼란해지고, 지도층의 도덕성이 무너져 가며, 대중들이 가치기준을 상실하여 삶에 의미를 모를 때마다, 방향을 제시하고, 희망을 제시하였던 분들이다.
오늘날도 지난 100년 동안을 살펴보면 우리는 일제강점기와 6.25라는 전쟁과 가난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었고, 또 서구문화인 개인주의와 물질문화가 들어와서 우리의 가치 기준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 다문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정체성마저 모호해져가는 시점에 직면해 있는 이때에 KCRP에서 “답게 살기운동”을 펼치는 것은 아마도 그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성현들의 역할을 대신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 유교를 대표하는 성균관에서도 지난해부터 전국적으로 “도덕부흥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답게 살기운동”인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답게 살기운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바로 후세에 물려줄 훌륭한 정신문화운동에 참여하는 것이며, 일상에서 크고 작은 차별과 멸시를 받으며 고통 받는 힘없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시대적인 사명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렇게 누구나 해야 하는 답게 살기운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성현들께서 하신 “답게 살기운동”은 하늘의 이치대로 순리에 따라 실천했던 방법이라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누구나 할 수 있었던 운동이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번에 하는 답게 살기운동 역시도 특정한 몇몇 사람만의 생각으로 하는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 범국민적으로 해야 하며, 더 나아가 세계적으로 인류가 펼쳐나가야 할 성스러운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이렇게 세미나를 하는 것도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하는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다양한 논의와 교육을 통해서 답게 살기운동의 원리와 이치를 근본적으로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한 바탕위에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단지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각자의 마음에 조금의 사사로운 욕심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처음으로 실시하는 세미나인 만큼 이 자리에서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교경전 중에 하나인『대학』에 “근본이 어그러지고 말단이 가지런해지는 법은 없다.(基本亂而末治者否矣)”는 말이 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할 것은 “답게”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와 방향성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있다.
먼저 목표에 대해서는 지난 KCRP 총회에 앞서서 각 종단 대표들이 나와서 분야별로 선언문과 행동강령을 낭독하는 선포식에서 제시한 바 있다. 그래서 오늘은 방향성에 대해서 답게 살기운동을 어떻게 전개하여 나아갈 지를 유교의 입장에서 발표하고자 한다.
첫째는 “사람답게”라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다면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하는 말이 있다. 논어에는 “네모난 그릇이 네모나지 않다면 네모난 그릇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는 말이 있다. 세상 만물은 제각기 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이라면 마땅히 사람다운 것이 사람의 본성일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다운 것은 어떻게 현실로 드러날까? 공자께서는 “인(仁)해야 한다.”고 하셨고, 맹자께서는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고 하셨다. 누구나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곧 인을 베풀고, 선을 베풀면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둘째는 “이름답게”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공자의 정명사상을 말했듯이 세상만물은 제각기 이름이 있는데, 그 이름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인은 정치인답고, 국민은 국민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다운 것이 바로 각자의 이름답게 실천하는 길이다. 그런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사람이 많은 이름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상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대할 때는 자식이지만 자식 앞에서는 곧 아버지가 된다. 아내 혹은 남편을 대할 때는 남편 혹은 아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이 어떤 이름으로 역할을 할 때는 잘 하는데, 또 어떤 이름으로 역할을 할 때는 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부모와 자식 간에도 갈등이 있게 마련이고, 부부간에도 갈등을 한다.
그래서 유교경전의 하나인『대학』에서는 “명덕을 밝히라.(明明德)”라고 하였다. 이름마다 제각기 덕을 베푸는 방법이 있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덕을 베풀어야 하고 자식은 자식의 덕을 베풀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을 잘 다스려야 하는 덕을 베풀어야 하고, 국민은 국가의 의무를 다해야하는 덕을 베풀어야 한다. 의사는 환자를 잘 치료해야 하며, 판사는 현명하게 판결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일깨워주어야 하고, 농부는 곡식을 잘 생산해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제각기 이름대로 덕을 밝히는 방법이니, 이러한 방법이라야 “이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
셋째는 “아름답게”라는 것이다. 맹자는 “충실한 것이 아름답다.(充實之謂美)”고 하였다. 국가는 국민에게 성은이 망극할 정도로 은혜를 베풀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 충성을 다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무한히 자애로움을 베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은 효도를 다하게 되어 있다. 물질적으로만 베풀어주면 물질적으로만 효를 하게 되어있다. 선생은 제자에게 깨달음을 주어야 하고, 제자들은 선생에게 예를 다해 공경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의 좋은 경지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아름’이란 ‘안다’는 의미이며, 아는 것을 실천하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아름답다는 것은 곧 아는 것을 실천하는 지행합일의 경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상과 같은 성현들의 가치기준을 가지고, 유교에서는 앞으로 성균관을 중심으로 전국 향교와 서원, 서당 등의 유교문화권에서부터 답게 살기 운동 캠페인과 교육을 실시하고, 더 나아가서 학교(초, 중, 고, 대학교)를 중심으로 인성교육을 통해 5천년의 역사와 문화적인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하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세워 실천해 나가고자 한다.
공자께서는 당신에게 답게 살기운동을 맡기면 “1년이면 가능하고, 3년이면 완성할 수 있다.”(子曰 苟有用我者 朞月而已 可也, 三年 有成)고 단언 하셨다. 공자와 같은 대성인이 어찌 허망한 말로 우리를 속이겠는가? 그러니 이번에 시작하는 답게 살기운동 역시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머지않아 우리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가는 나침반이 되어줄 거라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운동을 펼쳐나가는 사람들이 고정관념이나 선입관이 없어야 한다. 타 종단에 대해서 힘의 논리가 아닌 배려와 존중으로 손을 잡고 함께해야 할 것이다. “군자는 그릇이 없어야 한다.(君子不器)”고 하셨듯이 그릇과 같은 틀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조화롭게 하고 획일적이지 않다,(和而不同)”는 것이며, “때에 따라 행동한다.(時中之道)”는 것이다.
인류는 지난 2천년 이상 시대마다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성현들이 펼쳐왔던 “답게 살기운동”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에 공감하며, 앞으로도 성균관을 중심으로 전국 유림들은 지속적으로 KCRP에 소속되어 있는 타 종단과 연계하여 범국민적으로 이 시대에 도덕을 부흥시켜 날갈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사람답고, 이름답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대동사회를 이루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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