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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노을이 아름다운 평화누리길 4코스를 걷다.

임홍규 2020. 3. 1. 09:16



   한강에서 노을이 아름다운 평화누리길 4코스를 걷다.  

 

석양빛을 받은 한강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오리 몇 마리가 금빛물살을 가르며 한가로이 유영을 하고 있는 강가엔 마른 갈대 흰머리들이 눈부시다. 강 건너 낮게 내려 앉은 풍경은 어둠을 받아드리려는 듯 조금씩 빛을 잃어가고 있다. 노을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이곳 한강을 따라 자유로가 함께 한다. 김포를 돌아 서해로 빠질 참이다.



  평화누리길 4코스는 불쪽으로 흐르는 한강을 따라 시작한다. 석양빛이 곱다.



뒤를 돌아 본다. 낮은 산이 봉긋이 솟아 있다. 덕양산이다. 행주산성은 이 조그마한 낮은 산에 터를 잡고 있다. 조금 전 출발 할 때만 해도 산성은 따스한 겨울 빛을 받고 평화롭기만 했다. 400년 전 국가의 명운을 걸고 조상들이 목숨을 놓고 치열하게 벌였던 대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역사를 그렇게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다.


평화노을길 4코스, 일명 행주나루길은 행주산성 대첩문에서 시작한다. 생각보다 산성은 크거나 높지도 않고 규모도 작다. 대문 격인 대첩문을 지나 산성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권율 장군의 늠름한 동상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권율장군은 15932,300명의 정예병과 의병 등 3천여 명, 그리고 하얀 치마저고리의 부녀자와 함께 3만의 왜군에 대적하여 승리로 이끈 임진왜란 삼 대첩을 이룬 명장이다. 행주산성 안엔 그의 공을 기리기 위해 대첩기념관과 행주대첩비, 충장사(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 등이 자리 잡고 있다.



 
   4코스 출발점인 대첩문

 

   행주산성 전투 장면





덕양산 정상이자 행주산성대첩탑이 있는 곳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와 건너편 김포, 그 건너 인천이 드넓다. 한강은 서북으로 흘러 파주시 탄현에서 임진강과 만나 김포를 휘돌아 서해로 빠진다. 휴가 나온 젊은 군인들이 기념탑 아래에서 멀리 서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늦게 출발했었다. 먼 곳이니 도착이 늦었고 겨울 해는 짧았고 그래서 마음의 여유까지 놓쳐버려 발걸음은 그저 바쁘기만 했다. 낯선 곳이라 11km 끝점의 일산 호수가 까마득하게만 여겨졌다. 산성을 내려 강가 벼랑을 돌아 내려가면 행주산성 역사 공원이다. 잘 꾸며 놓은 공원을 뒤로 하고 행주대교를 지난다. 낡은 조각배 한 두 척이 옛 행주 나루터 흔적을 기억 해주고 있다. 넓은 채소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국도 77번선, 그러니까 자유로에 올라서서 노을 진 한강을 바라보며 걷는다.


 
행주나루터~ 옛 한양에서 평양 가는나루터다.



 
   평화누리길은 처음 자유로를 따라 걷는다.





평화누리길은 경기북부 DMZ일원의 안보관광지와 자연생태계를 가까이 보며 걸을 수 있는 도보 여행길로 김포 대명항에서 출발하여 파주 임진각을 지나 연천 신탄리역까지 12개 코스, 총 연장 184km 에 달하는 길이다. 그러니까 행주 나루길은 김포지역 3개 코스가 끝내고 한강을 건너서 시작하는 첫 코스인 셈이다.


철책을 따라 걷는다. 여기서 시작한 철책은 임진강을 만나 서해로 빠지는 곳까지 이어진다. 누군가가 매달아 놓은 평화 염원의 리번들이 팔랑인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자유를 가로막고 있는 이 철책이 평화 수호의 상징인지도 모른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약간의 자유도 담보해야 한다. 견고한 울타리를 치고 담벼락에 몽둥이 하나쯤은 기대어 놓아야 잠을 자던 그런 시절도 있었다. 힘이 있어야 평화도 얻는 것이다.



그래도 철조망 너머로 펼쳐지는 강은 평화롭다. 사람들의 가슴에 평화가 없는 것이지 자연은 언제고 있는 그대로 이고 언제고 평화롭다. 저녁 햇살을 받은 마른 갈대의 하얀 머리와 마른 가지들을 내려뜨리고 있는 검은 등걸의 왕버들과 철조망 사이에 매달린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리번들이 어우러져 평화를 구가하고 있다.




신평에 도착하니 철조망이 앞을 가로 막는다. 더 이상 강을 바라보며 걸을 수 없다는 정지 명령이다. 갑자기 가슴이 숙연해 진다. 번화한 시가지를 옆에 두고도 철조망이라니, 지금 이러한 나라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지하도를 지나 신평 로타리를 돌아 백석교를 건너 왼편으로 꺾어 일산 시가지로 진입한다. 해는 이미 져서 어둠이 내리고 건물들은 하나 둘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도시 숲을 따라 걷는다. 누구나 걸을 수 있고,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고, 누구나 삶을 이야기들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땅이 이 나라다.



초겨울, 저녁 6시가 조금 넘어 낯선 도시, 일산호수에서 발걸음을 멎는다. 호수의 화려한 조명을 보자 마음이 환해진다. 낯선 밤길에서 오는 불안으로부터 해방된 것이다. 환경과 삶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일, 강력한 국방력 아래 백성들에게 배부르고 등 따뜻이 해 주는 일이 평화가 아닌가 싶다.

 

: 행주산성서부터 일산호수까지 11km, 3시간 정도 잡아야 한다. 이 코스는 평화누리길 4코스이자 고양에서 별도로 행주나루길이라고도 하는데 한강의 저녁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이름이 나 있다.


                                     2020. 2. 21. 순천인 정 홍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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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주산성의 출입문인 대첩문 - 걷기는 이곳서부터 시작한다.


  행주산성 오르는 길 ~ 소나무 숲길이 울창하다

 

  덕양정, 덕양산이 곧 행주산성이다.



  행주대첩비와 비각


  저 군인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행주대첩 비와 비각


  강쪽 벼랑을 따라 내려가는 길목에서 바라본 방화대교



 행주산성 역사공원




  한강을 따라 설치된 철조망, 이 길을 따라 신평까지 걷는다.


  민주주의는 자유에서 만이 발아된다. 또한 평화의 절대 요소는 자유이다.

  자유가 선행되지 않는 평화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노을이 가장 아름답다는 한강 ~ 임진강과 만나는 곳까지 이어진다. 


  잘 가꾸어진 서울 중심부의 둔치에 비해 이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한강을 보는 일이

  얼마나 평화로운 일인가?





  일산 시가 저쪽으로 북한산이 보인다.

 

  늦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일산 시가지 도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다.


  도착점 일산호수 야경 ~ 겨울의 초입인 6시는 어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