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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서 내장산 원적암길을 걷다

임홍규 2019. 9. 18. 07:41



  여름의 끝자락에서 내장산 원적암길을 걷다

 

여름이 물러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여름 늦더위가 남아 있는 날, 이 나라 제일의 단풍으로 이름 난 내장산을 찾았다. 가을 내장 보다 여름 내장을 보기 위해서다. 내장의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장사는 해동제일의 명승지요 관음도량인 곳이다. 가을이면 온 산이 붉게 물들어 발도 디딜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모여든다


 내장산에서 제일의 걷기 길 이름을 남겨 준 원적암,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진정 암자가 아닐까 싶다.


오늘은 북새통 가을 단풍철이 아니어서 깊은 숲을 눈으로 가슴으로 담으면서 호젓하게 내장산 원적암길을 걸었다. 어찌 우리 산하가 가을만 곱다 하던가? 봄에 피어나는 연두색 여린 잎은 어떠하고, 한 여름의 짙은 녹음은 또한 어떠한가.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을~.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니 한적해서 좋았다. 예전엔 내장사 입구까지 골짜기 따라 신작로로만 이어졌는데 오늘 보니 길따라 빈틈없이 다듬고 꾸미어 아름다운 단풍 숲, 단풍 공원을 만들어 놓았다.


국립공원탐방안내소에 들려 안내서를 받아들고 내장산을 바라본다. 산은 높고 골짜기는 깊다. 일주문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른다. 입구서부터 녹음이 짙다. 백연암까지 조금 가파르기는 하지만 호젓해서 좋았다. 숲 사이로 서래봉이 언뜻언뜻 보인다. 길 따라 산자락이며, 계곡마다 짙은 초록 세상이다. 잎 끝에는 노란 물이 조금씩 들어가며 가을 치장 준비를 하고 있다.

   




백연사에 들어선다. 위압적인 서래봉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장산 제일의 절경인 서래봉 바위봉들이 호위무사처럼 대웅전을 둘러치고 있다. 내장산 제 일경인 서래봉에서 내려다보면 온통 붉은 단풍에 묻혀 있던 절집이다. 백연암을 지나면 완만하면서도 약간 내리막인 숲길이다. 가끔씩 서래봉으로 오르는 이정표가 서 있다. 길이 끝날 즈음 퇴락한 원적암이 쓸쓸하게 앉아 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원적암 길이라 이름하였는데, 이름에 걸맞지 않게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개금 칠을 하다 만, 관음상이 차라리 미륵상 모습으로 내려다보고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어서 중창불사하고 개금도 마무리 했으면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데크를 따라 내려가자니 커다란 둥치의 검은 비자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었다. 오랜 세월을 이긴 매우 위엄있는 모습이다. 유명한 내장산 비자나무다. 한 아름들이도 훨씬 넘은 비자나무 앞에 서니 위압감이 느껴졌다. 500년도 넘게 긴 세월을 이 한 곳에서 온갖 풍상을 견뎌 냈으니 그 인고의 세월을 버텨 낸 기상이 장하다. 제주도 비자나무 숲만은 못해도 수령이나 체적 면에서는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지나온 5백년을 살아 왔으니 앞으로 500년도 더 이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나갈 것이라 여겨진다.

     





비탈을 내려서면 계곡을 따라 숲길이 이어진다. 단풍, 당단풍, 아기단풍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원적암길에서는 가장 부드럽고 가장 편안하고 깊고 적요하며 또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내장의 깊은 맛은 충분하다. 돌돌돌 흐르는 물과 하늘을 가리는 활엽수들과 그에 지지 않을세라 몸체를 불리며 휘어져 있는 단풍나무 숲길은 곱고 아름다운 가을 단풍만 바라는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숲을 선사하고도 남음이다. 이제 얼마 후면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화려한 색깔로 꾸며줄 것이다. 숲이 끝나는 지점에 내장사 돌담이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수십 채의 번듯한 당우들을 거느린 내장사 대웅전이 서래봉을 동쪽에 세우고 단정히 앉아 있었다. 한 바퀴 둘러본다. 내장의 깊은 곳에 자리하면서 내장산 팔봉을 호위 삼아 그 기를 살려 우리 역사의 위대한 기록물인 조성왕조실록을 살려낸 내장골짜기에 감사를 드리면 되돌아 나왔다.


 

내장산은 (안내) (감출 장)자를 쓴다. ‘안에다 깊이 감췄다는 뜻이다. 서울, 충주, 성주에 나눠 보관하고 있던 왕조실록이 모두 다 불타 사라졌지만 이곳에 감춘 조선왕조실록만 살아난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것마저 훼손됐다면 선조 이전의 역사는 영영 살아지고 말았을 것이다. 이 모든 공적은 벼슬 없는 늙은 유생이 지켜낸 것이다.


: 여름철에는 차량이 탐방 안내소 주차장까지 진입할 수 있다. 4.2km, 길이 완만하고 잘 나 있어 천천히 걸어서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2019. 8. 24.  순천인  정 홍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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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점인 내장산국립공원탐방 안내소

 


  분홍색의 상사화가 곱게 피어 있다.
  산 넘어 백양사에는 백양상사화라는 노란색 꽃이다.


  백연암 가는 길에는 음료수도 마실 수 있는 매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사진 포인트라는 데 구름이 낮게 끼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가을 풍경이면 좋겠다.

 



  500년도 넘었다는 비나자무 숲


  어느 곳을 가도 이런 숲길을 걸을 수 있다.




  내장사 정문 격인 정혜루(定慧樓)


  내장사 경내에도 수령이 오래된 단풍나무들이 서 있다.


  내장사 입구의 연못


  경내를 벗어나 주차장 가는 옆 숲은 황토길이어서 잠간 맨발로 걸을 수 있다.


  탐방안내소에는 의외로 전시관이 잘 마련되어 있다.


  우화정의 여름 모습

  가을이면 단풍을 둘러치고 물 위에 떠는 있는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다.


 

   오래 전에 찍었던 가을 내장산 단풍

















정 홍 택 (010-3608-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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