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뇌도지(肝腦塗地)-전장의 참혹한 죽음.
간뇌도지(肝腦塗地) - 전장의 참혹한 죽음,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함
[간 간(肉/3) 골수 뇌(肉/9) 칠할 도(土/10) 따 지(土/3)]
내장기관 중에서 가장 크다는 肝(간)은 이웃한 쓸개 膽(담)과 함께 생명 유지에 필요한 물질을 생성해서인지 용기와 담력에 관련된 말이 많다. ‘간이 배 밖에 나왔다’나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 등의 속담과 함께 성어도 肝膽相照(간담상조)와 肝膽楚越(간담초월)이 유명하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고 친하게 사귀거나 또는 닮은 것도 보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는 말이다. 그런데 약간 떨어져 있는 골수 腦(뇌)와 함께 쓴 이 성어는 그만큼 관계도 없이 원뜻이 끔찍하다.
간 등 내장과 뇌수(肝腦)가 땅에 쏟아져 피 칠갑을 했으니(塗地) 전장에서 죽은 병사들의 참혹한 모습이다. 여기에서 나아가 나라를 위하여 자신은 돌보지 않고 기꺼이 희생하며 충성을 다하는 것을 비유하게 됐다. 이 말이 유래한 ‘史記(사기)’의 劉敬 叔孫通(유경 숙손통) 열전의 내용을 요약해 보자. 원래 齊(제)나라 사람인 婁敬(누경)이 허름한 옷을 입고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을 알현하고 싶다며 찾아 왔다. 고조를 뵌 뒤 대뜸 현재 洛陽(낙양)에 도읍하고 있는 이유는 옛 周(주)나라의 융성을 본받으려는 것인 듯한데 경우가 다르다며 설명한다.
유방이 蜀漢(촉한)땅을 석권하고 項羽(항우)와 싸워 요충지를 석권하기까지 큰 싸움 70회, 작은 싸움 40회를 치렀다며 ‘백성들의 간과 뇌수가 땅바닥을 칠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자식이 들판에서 해골을 드러내게 된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다(使天下之民 肝腦塗地 父子暴骨中野 不可勝數/ 사천하지민 간뇌도지 부자포골중야 불가승수)’고 했다. 이렇게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며 겨루지 말고 秦(진)의 咸陽(함양)으로 옮기는 것이 천하를 얻을 수 있는 길이라 했다. 유방의 신하들은 처음 반대했으나 張良(장량)이 이점을 설명하자 곧바로 도읍을 옮기고 누경에게 劉(유)씨 성을 내려 유경이라 했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