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사일생(九死一生)-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나다.
구사일생(九死一生) - 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나다.
[아홉 구(乙/1) 죽을 사(歹/2) 한 일(一/0) 날 생(生/0)]
사람의 목숨은 질기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하다. 모두 자신이 선택한 경우는 아니지만 전쟁이나 테러에 맞닥뜨려지면 草芥(초개)와 같이 죽어나고, 반면 고통을 못 이겨 그만 살았으면 하는 환자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죽지 못해 죽을 고생을 한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어버리면 무엇이 유익하랴’라고 성경에서도 생명의 존귀함을 가르쳤다. 그래서 아홉 번 죽을 뻔하다 한 번 살아난다는 이 쉬운 글자로 이루어진 성어는 목숨의 소중함을 말하기도 하고,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고 겨우 살아남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 역대로 충신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屈原(굴원)이 있다. 그는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楚(초)나라 사람인데 이름은 平(평)이며 시인이자 정치가였다. 젊어서부터 懷王(회왕)의 신임을 받아 내정과 외교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그를 시기한 정적들의 중상모략으로 뜻을 펼치지 못하고 멀어지자 낙향하여 울분을 토로한 장시 ‘離騷(이소)’를 남기고 汨羅水(멱라수, 汨은 물이름 멱)에 투신했다. 뒷날 굴원의 작품은 후인의 다른 글도 모아 楚辭(초사)에 수록되었고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에도 열전에 소개되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보자. 아침에 바른 말 하다 저녁에 쫓겨났다며 울분을 토한다. ‘그래도 내게는 선하다고 믿기에, 아홉 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亦余心之所善兮 雖九死其猶未悔/ 역여심지소선혜 수구사기유미회).’ 중국 대표적인 시문을 모아 여러 사람의 주를 단 ‘文選(문선)’에는 굴원의 시를 劉良(유량)이란 사람이 해설한다.
아홉은 수의 끝인데 충성과 신의, 곧음과 깨끗함이 내 마음의 선하고자 하는 바와 같다면서 말한다. ‘이런 재앙을 만나 아홉 번 죽어서 한 번도 살아남지 못한다 하더라도 후회하고 원한을 품기에는 족하지 않다(雖九死無一生 未足悔恨/ 수구사무일생 미족회한).’ 이렇게 말해도 아홉과 하나는 물론 구체적인 수가 아닌 것이 비슷한 뜻으로 萬死一生(만사일생), 百死一生(백사일생), 十死一生(십사일생), 十生九死(십생구사) 등이 쓰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 제공 : 안병화(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