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수필집 ‘백년을 살아보니’ 펴내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살다보면 어려움도, 고생도 겪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값있는 고생이기에 인생은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
100세를 목전에 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97)는 여전했다.
긴 세월이 그를 비켜간 듯 요즘도 방송 출연과 강연을 하고, 하루 30~40장의 원고를
쓴다. 김 교수는 연세대에서 30여년간 학생을 가르치다 1985년 퇴임했다. 평생 벗이었던 김태길(2009년 별세), 안병욱(2013년 별세) 교수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철학
자로 불리는 그는 수필가로도 이름을 떨쳤다. 한 시절 젊은이들은 <고독이라는 병>
<영원과 사랑의 대화> 등과 같은의 수필을 읽으면서 밤을 지샜다. 김 교수의 수필을
읽던 청년들이 어느덧 50, 60대가 됐지만 지금도 그는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며 세상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 <나는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희망과 사랑이 있는 이야기>등 두 권의 책을 출간한 그가 이번에는 인생을 돌아보며 후배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백년을 살아보니>(덴스토리)를 펴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만난 김 교수는 노년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줬다.
매일 긴 일기를 쓴다는 그는 아직도 200자 원고지에 만년필로 글을 쓴다. “컴퓨터로
치면 생각이 모아지지 않아요. <백년을 살아보니>는 재작년부터 썼으니 한 2년 넘게
쓴 셈이네요. 제 글을 다시 치느라 출판사 식구들이 고생했죠.”
‘
100세 시대’를 맞아 김 교수는 건강과 행복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살아보니 60∼75세까지가 인간적이나 학문적으로 가장 성숙한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그 이후는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달렸지요. ‘건강지표가 뭐냐’고들 하는데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엔 사회에서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겠다는 사명감도
있었지요.”
100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본 노철학자가 깨달은 건 뭘까. 김 교수는 청년기에는
용기와 꿈, 장년기에는 신념, 노년기에는 지혜가 있어야 행복하다고 했다.
“젊었을 때는 문제의식을 갖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긴 장년기에는
옳은 것과 그른 것,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될 것 등에 대한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신념이 있어야 하지요. 노년기에는 후배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다만 지혜는 청년기나 장년기를 잘 보낸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지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김 교수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매주 세 번 수영을 한다. “50대 후반에 운동을 시작하면서 테니스를 했는데 운동 상대도 있어야 하고, 서로 시간도 맞춰야 해서 혼자
할 수 있는 수영을 선택했어요.” 그는 “수영한지 35년 정도 됐다고 하면 다들 ‘수영
잘하시겠네요’ 한다”며 “그러면 ‘90된 사람이 축구 잘하는 것 봤냐’ 고 얘기한다
(웃음)”고 했다.
부인과 사별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는 낡은 집에서 홀로 지낸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태길(서울대), 안병욱(숭실대) 교수마저 잇달아 세상을 뜨고나니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김 교수는 “가족이 가니까 집이 빈 것 같고, 친구가 가니까 세상이 빈 것 같다”고 했다. “혼자 산다는 건 쉽지 않아요. <고독이라는 병>에서 고독은 창조의 원천’이라고
했는데 나이 들면 창조적 고독이 아니라 생리적 고독이지요.
아직 만날 사람도 있고, 일이 있으니 이기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도 고독은 남습니다.
그래서 글도 쓰고 하는 겁니다.” 그는 “나이 들어 행복해지는 길은 주변 사람들이나
가족한테 버림받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내 욕심만 차릴 게 아니라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시 태어난다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꿈은 있다고 했다. 전기와 기계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그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본 건 안병욱 교수와 미국 여행을
했을 때 한번 정도이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어려서부터 구름 보는 게 너무 좋아서 구름을 찍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다”며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종교가 있지만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경계하는 그는 “이젠 인생 마감을 어떻게 할까를
더 많이 생각한다”며 “죽음을 생각하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뭔가 남길 수 있는 사람은 감사한 거죠. 내가 있어서 행복한 사람이 있었고, 내가 있어서 인생을 아름답게 산 사람도 있었고, 내가 있어서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 사람이 있었다면 그게 저한텐 남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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