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년.
나는 1937년에 태어났으며
그때는 일본의 조선식민지 시대였다.
따라서
취학적령기가 되었을 때
일본 소학교에 입학했다.
그때
우리집은 거의모든 가정들과 비슷하게
삼대가 한집에 살았으며
나는 언제나
할머니 방에서 고모와 함께 지냈다.
때문에
지금도 어릴때의 기억에서는
자당보다는
할머니에 대한 것이 더 많고
할머니의 지극했던 사랑도
마음속 깊은곳에 각인돼 있다.
할머니는
그렇게 내게는 소중한 분이었고
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해 주시는 최고의 보호자였다.
그때는
모두가 대가족 이었으며
결혼한 형제들이 함께사는 경우도 많았다.
대개는
할아버지들이
큰아들들에게 남겨주신
방이 많은 큰 집에서 살았으며
우리집은
마루에 유리창 문이 달려있는
기와집이었고
마당에는 제법 깊은 우물도 있었다.
그것이
70여년전의 우리사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으며
지금의 우리사회가
전혀 다르게 변한 것은 한세기도 안되는
짧은기간에 일어난
엄청난 변혁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소학교 학생이었을 때,
우리
외가에서는 큰 경사가 있었다.
외할머니가 ‘환갑’을 맞으신 것이다.
그때는
평균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환갑까지 사는 노인들이 흔치않았다.
큰외삼촌은
넓은마당에 여러개의 차양을 세우고
가족, 친척, 친지, 이웃들을 불러
여러날 큰 잔치를 했으며
외할머니에게는
큰 금반지와 함께 술잔을 올렸고,
온 가족이 함께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이 날만큼 큰 행사였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잔치였다.
외할머니뿐 아니라
모든 가정에서 장수하시는 노인들은
큰 대접을 받았으며
가족들은 그런 어른들을 극진히 모셨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세대는
모두가 그런 환경에서 자랐으며
자식이
나이많은 부모를 정성껏 부양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던 시대에서 성장했다.
지금과
그때를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다.
그건
계량화 할 수 없는 ‘문화’ 이기 때문이며,
지금은
지금대로의 공동체가 수용하는
지금의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급속한 변화속에 살게된
구세대의 현실적인 문제가
결코
간단하지 않다는데 있다.
우리의 사회공동체가 ‘부락과 마을’,
그리고
동네에서 ‘도시’로 변한 것은
아직
두세대도 채 되지않는다.
그 촉매가 ‘산업화’ 였다.
시골과 농촌에서
엄청난 인구가 도시로 이동했으며,
‘공장근로’ 라는
전혀 새로운 생활환경에서
어떤 예비적 교육도 없이
전통적인 생활과는 전혀다른 현실을 만났다.
새로운 생활환경은
아직 정착돼지 못했으며
전통문화가 뿌리 내릴수 있는 시간과
공간도 턱없이 모자랐다.
‘부락과 마을’ 은
그 규모와 오랜전통에서 보이지 않는
규제와 제한으로 오래된
‘도덕성과 윤리’ 가 있다.
경노사상도 그런것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는
인구의 대 이동과 함께 대가족을 해체했으며
어린 사람들이 자라면서 배워야할
전통적인 사회학습의 기회를 앗아갔다.
인간은
배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다.
교육이 없는 인간이
본능에만 따라 험하게 사는게 그 때문이다.
노인이
공경의 대상이 아니라
‘짐’ 이 되는 변화는 산업화와 대가족해체,
그리고
전통문화에 대한 학습부족이 가져온
대표적인 부정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기준,
65세이상인 노인인구는 전체의 12.2%였으며,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040년엔 32.2%로 증가할 전망이다.
따라서
사회복지비 지출도
GDP의 9.8%에서 22.6%로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집계에 따르면,
노인인구중 ‘독거노인’ 이 120여만명이다.
독거노인은
글자그대로 ‘혼자살고 있는 노인’ 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독거노인중 90%가
자녀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가족해체’에서
‘핵가족’ 으로 이어지면서
‘혈육-가족-식구’ 가 쪼개진 것이다.
가족이 있으면서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정상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비정상이 정상이 된 사회이며
자식들이 부모와 헤어져 사는 것이
보편화된 세태이기도 하다.
젊은이가 혼자 사는것과
노인이 혼자사는 것은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젊은이는 스스로
자기를 지킬수 있는 수단과 여건이 되지만
노인은 자칫 죽은지 몇 달, 몇 년이 지나서
발견될 수도 있는 취약계층인 것이다.
독거노인중 고독사가
연간 1000여명에 이르고 있는게 그 증거다.
OECD는 ‘경제협력개발기구’ 로서,
1961년 프랑스 빠리에서 발족했으며
회원국들의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을 촉진하고
세계 경제 발전에 기여,
개도국의 건전한 경제성장에 기여,
다자주의와 무차별주의에 입각한
세계무역의 확대에 대한 기여가 목적이다.
말하자면
세계경제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위한
정부간 정책연구, 협력기구다.
현재 회원국은 34개국이며,
우리나라는
1996년 12월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일반적으로
세계는 이 국제기구를
‘부자클럽’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회원국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지표들이
회원국들의 전체평균을 기준으로
작성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말하자면
세계 200여국가들의 평균치 보다는
우리와 가장 비슷한 조건과 환경을
기준,
스스로를 평가할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문제나 노인문제도 마찬가지다.
조건이 비슷한 나라끼리의 비교라야
그 수치들이
구체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며
각종 정책입안의
적정한 자료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기구의 여러 가지 통계는
회원구 모두에게 중요한 자료가 된다.
OECD의
‘노인빈곤율’ 은 그 평균이 13.5%다.
일본이 22.0,
미국이 22.4.
그리스가 22.7,
스페인이 22.8,
호주가 27.0,
멕시코가 28.0,
아일랜드가 30.6%인바,
한국은 45.1%로 회원국중
노인빈곤율이 첫 번째로 높다.
전체평균인 13.5%와 45.1%는
31.6%의 큰 차이가 난다.
가난의 질이 다른 것이다.
하나의 예로서,
폐지등을 수거하는
노인은 175만여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수거한 폐지등을
사 주는 고물상은 7만여곳이다.
손수레에 가득실은
폐지등의 평균가격은 5000원선,
월별로는
평균 2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한편,
68세인 최모진씨는
조간신문 92부를 새벽마다 돌리고
월 22만원을 받는다.
65세이상의 노인들을 기준할 때
소득이
전혀 없는사람들이 201만여명이며,
자산이
전무한 노인들도 33만여명에 달한다.
노인들의 가난은
결코
개인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100만명단위의 계층이 빈곤하다는 것은
커다란
‘사회문제’ 이자 국가의 정책이 아니면
해결할수 없는 지난한 숙제이기도 하다.
OECD회원국 전체의 평균자살율은
인구 10만명당 12.1명이다.
2014년판 OECD의 보건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율은
2012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29.1명으로
10년째 세계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노인들만을 따로 떼어내어
그 자살율을 살펴보면,
하루평균 12명으로
역시 세계최고의 자살율이다.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질병, 가난, 외로움이 대표적인 것으로서
젊은이들의
자살동기와는 크게 다르다.
서울을 예로들 때,
쪽방촌은 9곳이며,
최빈곤층 노인 3.200여명이 이곳에서
‘독거노인-빈곤계층’ 으로 살고 있다.
자살은
막다른 골목에서 선택하는 마지막 길이다.
가난, 질병, 외로움을 더 이상 견딜수 없을 때
노인들이 택할수 있는 길은
결국
자살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는 정부대로
독거노인, 빈곤계층의 자살을 막기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개발, 시행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도 부족 하거니와
자살을 막을수 있는
근본책은 되지못하고 있다.
병원검사에서는 특이점이 없는데도
자주 어지럽거나 가슴이 떨리고
심한 경우
호흡곤란과 소화장애까지 생기는 경우를
‘불안장애’ 라고 한다.
국민보험공단이
지난 21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불안장애 환자는 2008년 39만8000여명에서
2013년 52만 2000여명으로 1,3배가 늘어났다.
대표적인 불안장애 증상은,
극도의 불안감,
공포감에 휩싸이는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등이며
혈압상승과 같은 심혈관계증상,
과호흡, 설사, 어지럼증, 두통, 저림, 오한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10만명당 3051명으로 가장 많았다.
윤치호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평생,
자식등 가족만을 위해 살았고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노인들이
준비없는 현실에 직면할 때
이런
불안장애가 발생할수 있다.‘ 고 진단한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현실’ 에 내 던져졌을 때
달리 무엇을 느끼겠는가.
손쓸 겨를도 없이
급전직하
최빈곤층의 독거노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율, 자살율이 가장 높은것도
그 뿌리는 하나인 셈이다.
아직은 내용적으로 미흡하지만,
우리사회에서
자기의
‘은퇴준비’를 구체적으로 시작한게
베이비붐 세대가 처음이다.
약73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근자 은퇴를 시작했다.
은퇴에대한 개념도 분명하고
국민연금, 개인연금등 방편도 생겼다.
스스로
건강은 60점 이상인데,
경제문제는 40점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재취업과 자영업으로
제2의 수입원을 확보하려는 케이스도 많다.
그러나
지금 70대의 노인들은
이도저도 할 수 없는 나이들이다.
자기들이
늙은부모를 부양했듯
자식들도
자기들을 부양해 줄줄알았던
구세대들이다.
산업화이후
불과 두 세대사이에 무섭게 변한
사회공동체의 ‘시대적 변화’ 가 낳은
‘슬픈노년’이 바로 이들이다.
그들은
주기만 했지 받을게 없는 빈곤층이며
희생된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돈’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다.
값은 있지만
‘가치’ 는 설 자리가 없는
황금만능의 시대인 것이다.
따라서
‘슬픈노년’ 도 설 자리가 없다.
값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짐’ 이기 때문이다.
자식들이라 해도
이 ‘짐’을 지지않으려고 하는게
지금의 무서운 세태다.
그래서
‘슬픈노년’ 은 버려진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을 보살필수 있는곳은
국가와 그 시스템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복지’ 라고 부른다.
이제는
복지도 더 전문화, 세분화 돼야하며
예산자체를 늘릴 수밖에 없다.
또하나는
개인들의 ‘은퇴준비’ 가 더 철저해져야 한다는
명제가 그것이다.
슬프지않은 뒷 모습은 없다.-서양격언.
by/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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