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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경포호 걷기

임홍규 2020. 2. 10. 12:56



강릉 경포호 걷기

 

허난설헌과 허균을 생각하며 강릉 경포호를 걸었다. 허난설헌은 이곳 강릉 경포호 인근에서 태어나 경포호를 바라보며 살다가 간 시인이자 화가였으며, 남성 위주의 조선 사회에서 시와 그림으로 저항했던 여인이기도 하다.

 

  이윽고 돋은 달이 호수로 비쳐드니

  연 캐던 조각배는 밤으로만 돌아오네

  저 배야 기슭으로는 들지 마라

  단잠 든 원앙이 놀라 날겠다.

 

자유분방한 생활을 동경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지었던 시다. 그는 그렇게 살다가 30을 채 채우지 못하고 요샛말로 요절했다. 동생 허균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조선시대의 혁명아였다. 그가 꿈꾸었던 호민사상은 지금 이 나라를 예견한 듯하다.



경포호 왼편으로 울창한 소나무가 운치 있게 우거져 있는 숲 속으로 들어가면 허난설헌의 생가가 있다. 풍광은 반듯하고 정결하지만 주위는 적막하다. 허난설헌은 여기 이 아름다운 숲과 물을 벗하며 시서화의 재능을 키운 것이다.


 

    



홍길동의 상징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 숲길을 빠져 나오면 경포호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물이 거울처럼 맑다 해서 경포호로 이름 했단다. 옛 선비들은 달 밝은 밤에 경포대에 올라 술잔을 기울이며, 하늘과 호수, 바다와 술잔, 그리고 님의 눈동자에 비치던 달까지 다섯 개의 달이라며 경포호를 노래했다. 그렇다. 경포호는 어디를 걷고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아름답기 그지 없다. 시 한 수가 읊어지고 사랑이야기가 배어 나오고 옛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딸려 나올 것 같은 곳이다.


 

 



경포호를 돌아 경포대에 오른다. 일경이다. 드넓은 경포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아름다워 조선 문인들이면 누구나 시 한 수를 남기고자 했던 곳이다. ‘하늘은 맑고 달이 휘영청 떠오르면 은빛 경포호는 교교하게 빛나더라라며~

 

경포대를 지나면사공의 노래비를 만난다. 학창 시절에 즐겨 불렀던 함효영이 글을 쓰고 홍난파 작곡한 노래이다. ‘두둥실 두리둥실 배 떠나간다/ 물 맑은 봄 바다에 배 떠나간다/ 이 배는 달 맞으러 강릉 가는 배/ 어기야 디여 어기어차 노를 저어라.’


호수변 따라 사랑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꾸며 놓았다. 호수 건너 난설헌이 시문에 전념하다 한 많은 삶을 마쳤다면 이곳은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했던 이야기가 새겨 있는 곳이다. 고려 말 강원도 안찰사 박신은 강릉지역을 순찰하던 중 강릉기생 홍장을 만나 서로 사랑하여 정을 심었다.



   



박신이 다른 지역을 순찰하고 돌아와 홍장을 찾았으나 강릉부사가 놀려줄 생각으로홍장이 밤낮으로 그대를 생각하다 죽었다고 말하자 며칠을 드러눕게 되었다. 부사가 측은한 생각에

경포대에 달이 뜨면 선녀들이 내려오니 홍장도 내려올지 모른다하며 데리고 가서 호수의 신비스런 운무 속에서 홍장이 배를 타고 선녀처럼 나타나게 했다는 그 사랑 이야기가 부조로 드라마틱하게 세워져 있다.



 

 



 


팁 : 경포호 둘레길은 강릉 바우길 5코스 바다호숫길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강릉시 남쪽 안목항에서 시작하여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걷다가 경포호를 한 바퀴 돌고 북으로 사천진리해병공원까지 이어지는 15.8km 길이다. 은빛 모래가 깔린 바다와 푸른 송림이 아름다운 길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걷는 곳이다. 안목 바닷가 커피거리는 꽤 이름이 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경포호수 둘레만 걷는다면 4.5km에 구경삼아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2020. 2. 2. 순천인 정 홍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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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포호 둘레길은 강릉 바우길 5코스, 바다호숫길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안목항 솔바람다리에서 출발하여 경포호를 돌아 다시 사천진리해변공원까지 가야 한다.



 안목해변 커피거리는 강릉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곳이다.










  허난설헌유적지를 찾아가는 입구


  허난설헌유적지는 소나무숲으로 둘러 쌓여 있다.



  유적지를 빠져 나오면 경포호 둘레길로 이어진다.



  경포호를 돌면 내내 이런 풍광을 볼 수 있다.


  경포대 전경

  높은 언덕에 자리해서 호수 쪽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경포대에서 내려다 본 경포호, 시야를 거스르고 있는 이 벚나무를 없애는 것이 어떨까? 


  12월 늦은 계절인데도 경포대 올라가는 길에는 단풍이 고왔다.



  노래비가 있는 근방


  경포대를 내려서면 박신과 홍장의 사랑 이야기가 조형물로 세워져 있다.


 강릉 스카이베이경포호텔 전경

 경포호 또 하나의 명물이다.


  세상은 이런 유머가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