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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호출렁다리를 건너 느림길을 걷다

임홍규 2019. 11. 24. 06:17



예당호출렁다리를 건너 느림길을 걷다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라 하지만) 다닐 때다. 벽에 걸려 있는 우리나라 전도에서 서해안 쪽 초록색을 보며 나주평야, 김제평야. 예당평야, 김포평야를 찾았다. 물론 북한의 연백평야, 재령평야도 희미하게 떠오르긴 했지만~ 세월이 흘러 이러한 이름들을 잊고 살아왔는데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충남 예산, 예당저수지에 놓였다 해서 찾아 갔더니 거기가 바로 예당평야 젖줄인 저수지였다. 경기미와 더불어 예당미의 찰기를 떠올리는 올드 보이들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만큼 뛰어난 미질을 자랑했던 곳이다



저녁 늦게 도착해서 인근에 방을 정하고 창문을 열었더니 예당호수가 바로 아래였다. 출렁다리 야경을 보고자 작은 산자락을 돌아가니 칠흑 같은 어둠 저쪽에서 오색의 예당출렁다리가 서 있었다. 때로는 정지되고 때로는 흐르면서 순간순간 색색으로 변하면서 그 빛깔들이 물에 반영되어 실제보다 더 아름다운 빛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길이 402m, 꽤 길어 보였다. 약간의 흔들림은 있었으나 워낙 크고 튼튼해서 출렁다리라고는 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우뚝 솟은 주탑에서 흘러내리는 삼각뿔 형태의 현수교는 한마디로 단순미와 간결미의 정수였다. 더구나 어두운 밤 아름다운 무지개 빛깔이 수평과 수직으로 교차되며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치 어린 시절 상상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거울 속 세상으로 들어가는 그런 기분이다. 아름다운 야경에 취에 천천히 걸었다. 주탑 전망대에 오르니 호수 주변의 불빛들이 물그림자를 그리며 고요히 흔들리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여니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일출이 볼만하다는데 그런 복까지는 아니었나 보다. 출발점인 댐 입구는 공사 중이라 가림막이 쳐 있어 잔교가 시작되는 곳에서 시작했다. 우리가 잤던 숙소를 돌아가자 어제 저녁에 보았던 출렁다리가 건너 산자락까지 걸쳐 있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등산복 차림으로 밀려들었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마을이 있다. 주변에 폭포수를 비롯하여 촬영 포인트까지 설치되어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언덕길을 따라 오르면 조각공원과 캠핑장이 있다. 하룻밤 캠핑장에서 머물면서 내려다보이는 출렁다리 야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추억의 한 장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조각공원과 인근의 찻집에 들려 멋진 밤 야경에 반할 수도 있겠다.

 

조각공원을 지나면 길은 산자락을 따라 물가에 붙어서 끝없이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비탈진 길가로 휘어진 소나무들과 이제 막 물들기 시작은 활엽수들이 호수를 바라보며 운치 있게 서있다. 언덕을 돌고 수변으로 내려가기도 하고 논밭을 건너며 길은 마지막 생태관찰원까지 이어진다.




  




길은 수변에 바짝 붙어 다리형 데크로 설치되어 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길이다. 길 따라 수상 가옥 형 낙시터들이 물위에 한가로이 떠 있다. 무한천과 달천 등 많은 물줄기들이 모여 들어 먹이가 풍부하게 흘러들어오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낚시터로서도 이름이 난 곳이라고 한다.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가 낚시 철이라고 하는 데 봄이면 전국 최대 규모의 낚시 대회가 열리기도 한단다.


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데크여서 걷는 데는 힘들거나 불편하지 않다. 수변 경관이 좋아 지루한 줄도 모르고 걸을 수 있다. 마지막 생태공원에 도착하면 연꽃과 더불어 각종 수중 식물들이 식재되어 있지만 철이 지나서인지 마른 잎들만 앙상하게 서 있었다. 사과 고장을 자랑하듯 커다란 사과 조형물이 먼저 맞았다.



   



 

: 출렁다리에서 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느린호수길은 5.4km지만 부잔교 입구에서 시작하면 1km를 더 걸어야 하며 왕복을 한다면 12km, 3시간 반 이상 잡아야 한다. 되돌아가는 버스가 없어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택시비 1만원) 생태공원 바로 옆 대흥리는 의좋은 형제이야기의 현장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왔던 볏단을 나르던 형제간의 우애에 얽힌 여러 가지 볼거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천주교 순교 성지, 형제 효제비와 대흥동헌이 있어 둘러볼만하다.


          2019. 10. 25.  순천인  정 홍 택


   저의 홈발 길 (jejumail.scman.kr)에 들어가면 많은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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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당호출렁다리 야경




 


  











  출발점은 건너편 수문이지만 공사로 인해 보이는 잔교 끝점에서 시작해야 했다.









  다리를 건너면 호수를 내려다 보며 멋진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저녁 조명이 좋고 카페나 휴식 공간이 있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길은 호수가를 따라 산자락으로 이어진다.





  호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아담한 정자도 있다.



  논이나 호수 물가에는 이렇게 다리형 잔교를 놓았다.





  예당호수는 낚시터로 이름이 나 있는 곳이다.








  약 6.5km 종착점엔 생태관찰원이 있다.

  여기가 반환점이기도 하다. 조금 더 가면 의형제마을인 대흥리가 있다.

  여기서 되돌아 가거나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의형제마을 대흥리, 과거에는 현이 있었던 행정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천주교 순교성지



  지난 날 현이었던 곳임을 상징하는 비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