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객령공계 대종회/자유게시판

훌륭한 어머니 이야기

임홍규 2019. 5. 1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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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어머니 이야기

효종 때 판서인 감좌명의 몸종중에 최수라는 아이가 있었다.

과부의 자식이지만 어미가 뜻을 세워 기르고 글을 가르쳤기에 상전이 호조 판서가 되면서 호조

서리로 특채되었다.

팔자를 고친데다 명문재상 비호를 받는 것을 기화로 한 부잣집에서 최수를 사위로 삼았다.

처가에 살면서 상류층에서 먹는 뱅어국도 맛이 없어 못먹겠다는 말이 어머니 귀에 들렸다.

이 이야기를 들은 최수의 어머니는 김좌명 대감을 찾아갔다.

"비천한 몸으로 과부가 되어 자식하나를 연명시키고자 품을 팔아도 끼니를 못 잇다가 대감께서

잘 보시어 월급을 받게 되어 그로써 모자가 밥을 먹게 된 것을 만행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지금은 뱅어국도 맛이 없어 못 먹겠다 하니 그 사이에 사치스런 마음이 그 지경일 때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몸으로 범죄를 안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어찌 자식이 형 받고 옥살이 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있겠습니까

대감께서 버리시지 않으면 굶어죽을 정도가 아닌 자리로 내려앉게 하옵소서." 했다.

어머니의 남다른 자식사랑에 감동해 최수는 좌천하고 만다.

***
한양 성밖에 사는 가난한 과부인 김학성의 어머니 이야기다

삯품팔이로 아비없는 두 자식을 키우던 어머니는 어느 날 처맛물 소리가 닿는 곳에 쇠 소리나는

것을 들었다.

수상하게 여겨 파 보았더니 금은 보화가 가득찬 가마솥 하나가 나왔다.

예전 난리통에 이 집주인이 땅에 묻고 피난을 갔다가 이 사실을 후손에게 알리지 못하고 죽어간

것이었으리라.

김학성의 어머니는 고민끝에 다시 묻고 이사해 버렸다.

그후 두 아이들은 과거에 급제하여 잘 살게 되었고 어머니는 노쇠하여 몸져눕게 되었다.

난편 제삿날을 당해 어머니는 두 아들를 앞에 두고 그 이야기를 비로소 했다

財(재)는 災(재)인지라 너희가 먹고 사는데 궁색한 것을 모르면 공부에 소흘할 것이요, 마땅히

궁핍함이 있어야 얻으려고 하고 얻으려고 함이 있어야 근면한 법인지라.

거금을 땅에 묻고 이사해 버린 것이라 했다.

한말의 논객 장지연이 지은 책(유사일사)에 있는 이야기다.

오늘날의 헛점을 꿰뚫어 본듯한 어머니의 좌표가 제시되어 있는 이 글을 지금의 어머니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맹자의 어머니, 한석봉의 어머니, 이율곡의 어머니 모두 훌륭하지만 훌륭함에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름없는 이 두 서민의 어머니야말로 오늘의 물질 과보호에서 어머니들의 정확한 좌표를 잡아준

것이라서 상기해 볼 일이다.